일전에 뉴욕에서 현지발행되는 교포신문을 뒤적인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소식을 읽고는 대개 그렇듯이 광고면을 죽 훝어 내려가다 자동차 광고를 보게 되었다. 한국차가 잘 팔린다기에 과연 어느 정도일까 관심이 없지 않은 터라 유심히 따져 살폈다. 현대 자동차가 만든 제네시스  3.8 최고급 사양인 것 같았다. 판매가격이 약 3만 4천달러라 되어 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대략 4천만원 좀 안되는 금액이다. 어쨋든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마침 옆에 있던 친지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 잘 팔린다고 했고, 나도 거리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2월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네시스 5.0 모델 발표회/경향신문 DB

한국에서 자료 검색을 하다, 제네시스 이 모델의 국내시장 판매가격을 확인해 보았다. 6천만원! 대략 2천만원의 차이가 난다. 흔히 자동차정비업소나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 내수용하고 수출용은 다른 차라고. 강판도 심지어 유리 조차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두껍고 좋다고 한다. 얼마전에 현대차 특정모델의 측면 안전바를 놓고 내수용과 수출용을 비교한 사진을 보았다. 수출용이 한 개 더 많았다. 그리고 에어백도 수출용에는 내수용보다 한 급 위 모델을 장착한다고 한다.  나라 별로 자동차안전기준이 달라서 그런 지 몰라도, 아무튼 수출용 자동차 제작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 간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렇게 된다. 수출용보다 제조원가가 오히려 더 저렴한 내수용 제네시스가 수출용보다 2천만원이 더 비싸다.

 

그러다 보니 작년 7월 신용평가사 무디스사가 현대자동차의 수익성에 관해 발표한 보고서가 생각이 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2009년 사업보고서 지역별 재무현황에서 밝힌 지역별 영업이익률(영업손익/매출액)을 보자면 , 국내는 7.11%를 기록했지만 아시아 3.45%, 북미 0.87%, 유럽 -4.95%에 그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현대ㆍ기아차가 국내에서 대부분의 이익창출을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수입차에 의한 시장점유율 하락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대형 세단에 집중되고 있다. 수입차 대형 세단 점유율은 대수 기준으로 이미 20%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ㆍ기아차가 올 상반기 말 현재 국내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는 대수 기준 전체 판매량의 22%, 매출 기준으로 30%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이게 무슨 소리인가. 미국에서 제네시스 한 대 팔아봐야 수익은 0.87%에 불과하다. 반면 모델은 같아도 미국소비자가 사는 것보다 못한 내수용 제네시스 한 대를 팔면 최소 7%이상의 수익을 거둔다는 말이다. 아니 위의 경우 처럼 2천만원이상의 차이가 난다면, 국내 소비자가 위 제네시스를 구입하면 현대차는 30%이상의 수익을 거둔다는 말이다. 이 모델이 유럽에선 얼마에 팔리는 지 나로서는 현재 정보가 없다. 하지만 위 현대차의 사업보고서 지역별 영업이익율중 유럽을 본다면 -5% 곧 미국시장보다 더 싸게 팔릴 가능성이 높다.

 

알다시피 현대자동차의 성장사는 한국경제의 그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수십년동안 국가는 수입차에 대해 80%라는 엄청난 수입관세를 부과해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고, 해당 기업에는 폭리를 보장해 주었다. 어쨋든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결과 한국경제는 놀라운 고도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그러자 이제 21세기에 들어와 다시금 국가는 특정재벌 몰아주기 행태를 재현해 내고 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  FTA다. 현대차 몰아주기를 위해 다른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 내주는 협상방식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그 기업은 가격경쟁으로 수출늘리기 위해, 국내 소비자 등쳐먹는 파렴치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전략이란 것이 국내 소비자 등쳐먹지 않았다면 가능키나 했을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수시장에서의 폭리에 기반해 미국소비자에게는 최저의 이윤만을 유럽소비자에게는 밑지고 팔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런 행태가 과거 보호무역하 수십년동안 말도 안되는 품질의 차를 믿고 소비해 준 자국 소비자에 대한 예의인지 이제 현대기아차가 답해야 한다.   



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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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감함 2011.03.26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합니다. 그렇게 돈 벌어서 이젠 글로벌 경쟁력 운운하며
    외국에 투자하고 국내엔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현대차의
    경영행태가 이 기업의 미래를 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