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결과를 담은 합의문서에 양국이 서명함으로써 이제 본격적인 비준절차에 돌입하리라 한다. 통상교섭본부측은 <상세설명자료>에서 ‘서한교환(Exchange of Letters)’과 한·미FTA 원협정문과의관계늘 놓고, 양자는 "형식적으로...독립된 별도 조약’이다. 그리고 이 번 ‘서한교환’은 ‘그 자체로 완전한 일체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확정된 한미 FTA 추가협정문은 법적으로 분명히 별도의 조약"이라고 밝혔다. 서로 독립된 별개조약이란 말은 결국 원협정문과 이번 ‘서한교환’을 분리처리하겠다는 말이다. 원협정문은 이미 상임위를 날치기 통과해 본회의통과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작년 11월 민주당 천정배의원의 의뢰로 국회 입법조사처 측은 "기존 한미 FTA와 별개의 합의, 조약으로 볼 수 없으므로 협정문 전체에 대해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출처: 주간경향

 

정부여당측이 들고 나온 별개조약이란 말은 원래 단독의, 별개의 조약 (stand-alone agreement)이란 의미로 일반적으로도 사용되는 개념이다. 통상협정과 관련 미국측이 사용한 이 말의 용례는 이렇다.
2004년 7월 미국과 몽골은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이란 걸 서명했다. FTA의 이전 단계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2009년 6월 미 무역대표부는 몽골과 ‘투명성’관련 협상을 시작하면서 아래와 같은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몽골과의 협상 개시는 미국이 처음으로 투명성에 대한 별개협정(stand-alone agreement) 체결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FTA와 같은 좀 더 포괄적인 협정의 한 부분으로만 협상했다.”
곧 별개협정이란 이미 체결한 협정에서 빠진 부분에 대해, 사후에 새로운 합의가 필요할 경우에 체결한다. 이번 한미FTA 재협상 합의문서처럼, 협정의 본질적인 부분을 수정 변경하는 합의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미무역대표부 역시 이번 서한교환등을 놓고 별개협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번 합의문서는 서한교환과 배출가스, 전근자 비자에 관련된 2건의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여당측이 주장하는 별개독립성은 서한교환과 비교해 중요성이 미미한 합의의사록에 대해서는 혹 타당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의 본질에 해당되는 자동차관련 서한교환을 단 한 번만이라도 읽어 본다면, 과연 누가 이를 별개조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한교환의 문구는 거의 다가 한미FTA 협정문 몇 조 몇 항에도 ‘불구하고’ 또는 ‘대신하여’ 다음 무엇을 적용한다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원협정문의 해당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다면 서한교환의 조문자체는 존재할 수 가 없다는 말이다. 세상 누가 봐도 한미FTA 원협정문의 몸에서 낫건만 이를 두고도 ‘애비’라 부르지 마라 하니, 이 번 합의문서 신세가 홍길동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요컨대 이 번 합의문서는 별개조약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기존 비준동의안은 폐기하는 것이 맞다. 정부여당의 억지 주장의 속사정은 물론 다른 데 있다. 법체계가 상이한 한미간에 무리하게 미국의 입법절차와 일정을 따르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말이다. 미의회에서 한미FTA가 일종의 특혜조치인 신속처리절차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협정문을 수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굴러들어온 호박을 취하기 위해 미국측은 이번 합의문서를 의회승인이 필요없는 일종의 ‘행정협정’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미 국익을 극대화하는 경로다. 협상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미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는 우리 정부여당, 미국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국민의 눈으로 보기엔 아니다.
 

* 이 글은 2011년 2월 17일자 <경향신문> 칼럼에 실렸습니다.


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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