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심장' 워싱턴에서 한미관계의 오랜 현안, 한미FTA를 되돌아 보았다. 민주당의 천정배, 이종걸의원, 민주노동당의 강기갑의원, 민주노총, 전국농민회등도 함께 했다. 미국노총(AFL-CIO), 영향력있는 시민단체 퍼브릭 시티즌이 우리의 미국쪽 파트너였다.

방미한 목적은 미의회의 의원, 보좌진등을 상대로 한미FTA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고 또 연대의 틀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특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미FTA가 가져 올 결과를 우려하고 있는 미하원 '통상연구모임'(House Trade Working Group)이 우리의 방미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나로서는 미하원의원들을 접촉해서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히 1월 25일 개최된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한미FTA 공청회에 참석해 미국내 분위기를 실제 느끼고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함께 올린 다른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경향신문 DB)



미의회 분위기를 잘 아는 미국노총이나 퍼브릭 시티즌쪽에서 우리가 접촉할 의원들을 사전에 섭외해서 시간, 장소를 정해 두었다. 대략 10명정도의 하원 의원들을 선별했고, 우리 역시 두팀으로 나누어 접촉하기로 했다. 장소는 이들 의원의 의원회관이었다. 나중에 보니 선별된 의원들이 지역구에 우리 현지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그리고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일단 여기가 한국 국회가 아니니 만큼, 접근 논리에 있어서도 약간의 '현지화'가 필요했다. 어느 한 쪽의 피해를 강조하는 접근 보다, 공동의 가치, 공동의 리스크를 강조하기로 미국 단체들과 협의를 했다. 그 중 몇가지를 들어 보자.


첫째, 한미FTA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판이자 개악이다. 미국의 경우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15년의 경험이 있다.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 FTA로부터 미국의 보통사람이 얻은 것은 없다. 그래서 지난 해 가을의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미국민의 과반이상이 FTA가 미국경제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오랜 학습의 결과인 것이다. 


둘째,  가장 논란이 되는 투자자-정부 제소제(ISD)다. 한미FTA는 결코 들어가서는 안되는 대표적 독소조항 투자자-정부 제소제를 담고 있다. 미국쪽 역시 미국에 진출한 300개 이상의 한국계 기업으로부터 미연방정부가 언제든지 제소되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 법정에 불려갈 수 있다는 데에 대해 깊은 우려가 있다. 바로 이러한 우려때문에 가장 오른쪽이라고 평가되는 20명 이상의 티파티(Tea Party) 소속 의원들이 한미FTA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셋째, 금융서비스 조항이다. 지난 금융위기는 미국식 금융시스템의 은폐된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는 계기였다. 하지만 한미FTA는 바로 이 실패한 미국식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에 다름아니고, 나아가 미국 역시 과거 시스템의 적용을 받게 된다. 


넷째, 자동차 관련 원산지규정이다. 한미FTA는 역외산 자동차부품 비율을 55%(미국식 기준으로는 65%)까지 허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미 수출용 현대자동차에 들어 가는 부품중 55%까지는 값싼 중국산을 사용해도 되고, 마찬가지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자동차의 부품중 55%를 값싼 멕시코산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이는 일자리의 관점에서 볼 때, 55%만큼의 일자리 유출을 의미한다. 글로벌 아웃소싱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날려 버리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측에서는 가급적 우리의 농업쪽 피해나 특히 개성공단같은 문제는 언급을 피해줄 것을 당부했다. 반대표를 얻는 데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한 사례를 들어 보자. 주로 보좌진을 상대로 토론회가 있었다. 내가 기조를 잡고, 관련 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 졌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우리로서는 개성공단 폐쇄시 피해규모가 1조6천억 가량되는 데, 한국경제 규모 900조에 비추어 개성공단산 제품은 결코 그 규모가 크지 않고, 또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평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본다는 우리 측 답변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쪽에 우호적인 참석자들 조차도 이런 답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있기로 되어 있던 또 다른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아 참으로 심각한 정도로 개성공단 문제가 과잉정치화되어 있구나'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 공화를 막론하고, 북한문제에 대해 미의회 다수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은 개성공단을 통해 김정일의 통치자금이 공급되고, 이 돈을 가지고 미사일을 만들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완강한 프레임이 깨지지 않는 한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 한미FTA상의 개성공단 조항은 미국이 요구한 온갖 단서, 독소조항 때문에 누더기가 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가 팀을 나누어 면담한 의원들은 대개 몇가지 유형이 있었던 것 같다. 첫번째는 열렬한 지지와 공감형이다. 주로 하원 '통상연구모임'쪽 의원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식을 공유했고, 서로 지지를 약속했다. 둘째는 냉담, 회피형이다. 약속시간에 안 나오거나, 투표를 이유로 아주 늦게 오던가 하는 식이다. 아니면 끝가지 듣기만 할 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셋째, 오만방자형이다. 마치 신문하듯이 '예, 아니오'식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하면서 질문공세를 퍼붓다가 자기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접촉한 의원은 숫자로만 보면 미 하원의원의 제한된 일부이다.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이 풍부한 인력과 자금으로 일상적인 대의회로비를 하는 데 비해, 단 며칠의 접촉으로 큰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방식이 갖는 한계와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공유했다는 것은 분명 성과아닌 성과라고 보고 싶다.     


돌아와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해보니, 우리의 방미를 놓고 일부 언론과 특히 '어버이OO'라는 단체에서 온갖 비난과 야유를 보낸 것 같다.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것처럼' 그런 관심이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작년 가을인가, 재벌들이 한미FTA 로비단을 꾸려 방미했을 때 이들은 단 한마디도 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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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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