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FTA선전기구인 <FTA국내대책본부>의 홈피에는 한EU FTA와 관련 소비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동영상이 있다. KTV가 "한EU FTA 발효, 달라지는 소비생활"이라는 꼭지로 제작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해외여행의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엔 이른바 '쇼핑 관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명품을 현지에서 사면 국내 수입품보다 싸기 때문에, 쇼핑을 위해서 유럽이나 홍콩을 가는 것인데요. 하지만 앞으로는 굳이 국가 전체로 볼 때 여행수지 적자를 보게 만드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도, 유럽산 제품들을 지금보다 휠씬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 수입돼 팔리고 있는 이른바 '명품' 가운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산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8~13%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가 단기간 내에 사라져서, 명품 쇼핑의 대명사인 홍콩에 버금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행업계와 유통업계가 마케팅에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서울이 국제적인 쇼핑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세간에 한EU FTA를 놓고
“여자들을 위한 무역협정”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여성을 이런 식으로 대상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바로 위 KTV의 오두방정도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되겠다. 정부측은 똑같은 이야기를 한EU FTA뿐만 아니라, 한미FTA에도 하고 있다. 작년 12월 재협상뒤에 나온 정부측 홍보를 보자.

골프 마니아들도 한미 FTA 타결 소식이 반갑다. 캘러웨이나 타이틀리스트 등 고가의 미국산 골프 클럽에 부과되는 관세 8퍼센트가 FTA 발효와 함께 철폐되면 가격에 따라 크게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에서 정품 기준으로 58만원에 팔리는 테일러메이드 R9슈퍼맥스드라이버는 관세 철폐 시 53만7천원까지 떨어진다. 수백만원대인 아이언 세트의 경우에는 수십만원이 싸진다. 다만 미국 브랜드라고 해도 중국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된 제품은 한미 FTA와 상관없다. 의류 등 공산품 소비에도 큰 변화가 있게 된다. 코치 센죤, 마이클코어스, 캘빈클라인컬렉션 등 미국산 명품 브랜드들의 값이 싸지고 일반 백화점 가격도 면세점 가격과 차이가 좁혀질 전망이다.” (www.ftahub.go.kr/ kr/ search/ result/01/view.jsp)


그런데 바로 이 “여자들을 위한 무역협정”이 여심을 울리고 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일자로 한EU FTA가 잠정발효되었음에도
이른바 명품가격이 내리기는 커녕 아예 오르거나, 또 앞으로도 내릴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모르긴해도 FTA가 발효되어 명품가격이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한 ‘된장녀’가 혹시 있다면 빨리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정부 역시 은근히 여성들의 FTA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면, 조속히 그만두기를 바란다.

사실 한국시장은 유럽의 명품브랜드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해도 좋다. 올 상반기만 놓고 봐도 루이뷔통의 매출액이 2,424억을 기록 전년 대비 31%의 신장세를 보였고, 샤넬은 1,300억으로 55%, 구찌는 948억을 기록 20% 매출이 증가했다.

아주 상식적으로 보자면 한EU FTA가 발효되었으니 이들 명품브랜드의 옷과 신발에 붙는 수입관세 13%가 철폐되고, 또 핸드백등 피혁제품에 붙는 관세 8%나 화장품 관세 6.5%가 없어져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는 한EU FTA를 잘못이해 하는 것이다.

먼저 프랑스산 구찌는, 프랑스가 EU회원국이지만 한EU FTA 체약국인 27개 EU회원국에 포함되지 않는 스위스에서 선적을 한다. 그러므로 관세철폐 요건인 원산지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대상이 아니다. 루이뷔통, 프라다는 각각 프랑스, 이태리에서 만들지만,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수입한 뒤 유통시키기 때문에 곧 직접 선적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역시 대상이 아니다.

샤넬의 경우 프랑스에서 생산해 프랑스에서 수출하기 때문에 대상이 된다. 하지만 샤넬의 경우 올해 이미 25%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이렇게 본다면 사넬을 제외하고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 이른바 명품의 대명사이다시피 한 브랜드는 한EU FTA하곤 처음부터 상관이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화장품은 또 어떨까. 화장품 산업은 흔히 한EU FTA의 대표적인 피해산업으로 손꼽힌다. 2010년 9월 식약청이 국회에 낸 자료를 한 번 보자. 대표적인 고가화장품 시슬리(Sisley)의 슈프리미아(Supremya)라는 나이트케어 제품의 경우 통관금액이 168,088원이다. 여기에 관세 6.5%가 더해지면 179,013원이 된다. 그런데 시중가는 855,000원이다. 마진율이 470%다. 

                                                                            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스웨덴의 라놀린(Lanolin) 에그화이트 비누의 통관금액은 3,967원인데 관세를 포함하면 4,225원이다. 여기에 690%의 마진을 붙여 29,000에 판매된다. 독일브랜드인 안나수이(Anna Sui) 향수 나이트 오브 팬시(Night of Fancy)의 수입신고가는 10,309원(2009년 기준)인데 여기에 관세8% (2009년부터 6.5%로 인하됨)를 더하면 11,855원인데, 시중가는 55,000원이다. 그리고 만원 미만에 수입된 랑콤의 자외선차단제 UV엑스퍼트의 판매가는 63,000원이고, 에스티로더의 이른바 ‘갈색병’ 에쎈스의 수입원가도 32,000원에 불과하지만 145,000원에 판매된다.

그러면 “여자를 위한 무역협정”이 실제 얼마나 여자를 위하는 지 보자. 관세인하분을 100%반영했을 경우, 시슬리의 슈프리미아는 6.5% 관세 약 11,000원이 저렴해져서 한 병에 844,000원이 된다. 라놀린비누는 256원이 내려가 28,744원이 되고, 랑콤의 UV엑스퍼트 자외선차단제는 63,000원에서 대략 650원 가량 싸져서 62,350원 내외가 될 것이다. 에스티 로더의 ‘갈색병’은 2,000원가량 내린 143,000정도에 팔릴 수 있다. 화장품 수입업체가 원가의 400%-700% 가까운 ‘폭리’를 취하는 동안, 한EU FTA는 “여자들을 위해” 고작 원가의 6.5%의 혜택만 주는 셈이다.
 

히 화장품 케이스값이 내용물보다 비싸다고 하듯이, 수입원가 자체가 워낙에 낮기 때문에 관세철폐 효과는 사실상 매우 낮다. 855,000원을 주고 슈프리미아를 쓰는 소비자가 만원내렸다고 얼마나 큰 혜택을 입는 걸까. 그리고 여기서 관세철폐분은 시중소비자가가 아니라 수입원가가 기준이다. 그리 보면 위에서 인용한 정부의 58만원짜리 테일러메이드 골프채가 53만7천원까지 내려간다는 식의 홍보기사는 전혀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이 골프채의 수입가에 아무리 못해도 300%이상의 마진이 붙는다고 치면, 실제 수입가는 20만원 정도일 가능성이 높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8% 관세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른바 명품시장만을 놓고 볼 때, 관세철폐로 인한 소비자혜택은 심하게 과장된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매우 미미하며, 그마저도 환율, 유가, 원자재등의 요인으로 인해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기서는 그나마 화장품의 경우 수입원가가 공개되어 있기에 이 엄청난 수입상의 폭리를 알 수가 있지만, 명품백이나 의류의 경우는 ‘영업비밀’로 되어 있어 그 정확한 실상을 좀처럼 알기 어렵다. 하지만 사치재의 속성상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처럼 독점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못해도 서너배 이상은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관세청이 90개 소비재 수입원가를 공개했을 때 나온 얘기처럼, 멕시코산 리바이스 여성 청바지 수입가가 약 35,000원인데, 백화점 판매가격은 140,000원으로 약 4배정도의 폭리를 취하는 데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으로 구입을 금지할 수 없기에, 사실 좋기로는 합리적 소비가 정답이다. 아니면 수입상의 농간에 항의하는 대규모 불매운동도 있다. 그리고 정부역시 진정 여성을 위하고자 한다면, 저런 황당개그같은 ‘명품’광고는 접고, 수입상의 폭리부터 막을 생각을 하라. 이로부터 ‘여성’ 소비자가 얻을 이익이 FTA를 통해서 얻게 된다는 이른바 ‘소비자후생’보다 비할 데 없이 크다.



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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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좋은 글이 추천수 적은 이유는? 2011.07.15 1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결국, 옳고 그름이나 바른 얘기, 옳은 얘기보단 지들 감정 상하지 않게 쓰는 글만 추천주겠단 심보들인 건가?
    아님, 이 글을 이해 못해서?

    조회수가 1만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추천수가 겨~우 34..
    이젠 정말 절망을 해야할 때인가보다!
    ㅠ.ㅠ

  2. 영국 품절녀 2011.07.15 1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유럽과 FTA를 하게 되면 정말 많이 싸질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그리고 조회수에 비해 추천수가 정말 작네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 글의 질이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조회수에 비해 추천수는 참 낮지요. ㅠ.ㅠ
    제 생각에는 아무리 좋은 글이어도 추천 버튼을 눌러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님이 다른 블로그에 얼마나 방문하는지, 얼마나 추천 버튼을 눌러 주는지, 댓글을 남겨주는지에
    추천수는 더 올라갈 듯 합니다. 제 경험상 깨닫게 된 현실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3. 금융경제 인사이드 2011.07.15 17: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숫자로 보는 금융경제 인사이드 입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 2011.07.15 17: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저는 다 세금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못된 수입상들 때문이군요ㅜㅜ
    생각하는 바가 크네요.
    정부에서 수입상들은 감찰안하나ㅠㅠ
    그리고 뉴스에서 원가 좀 공개해서
    이런 사실들을 많은 이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5. fdd 2011.07.15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골빈년들 때문에 등골빠지는 남자들...
    오입질에 환장한 남자들은 약자일뿐이다...

  6.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 2011.07.15 2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안살거니까.

  7. dak 2011.07.16 0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품 싸져서 뭐하냐...명품 어차피 돈자랑할려고 사는거 아니냐?
    가격그자체가 가치가 되는건데 어차피 싸지든 말든 비쌀수록 좋게 먹힐거 아녀--
    명품좀 그만 처 사써라--

  8. 과연 2011.07.21 1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 글 쓰신분... 내용이 정확히 맞는 것입니까? FTA규정에 물론 직접운송의 규정이 있지만, 중간에 어떠한 가공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 운송을 위한 중간거점을 경유하는 경우 FTA협정 관세특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로, 스위스나 홍콩을 거치더라도 그곳에서 추가의 작업을 거치지 않고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배송이 되는거라면 FTA특혜를 받을수 있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