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펴낸 <Education at a Glance 2010>에는 한국 대학교육의 현 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풍부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여기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첫째, 한국의 교육비지출은  GDP 대비 7%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그 구성이다. 초중등 교육의 몫이 4%정도인데, 이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2%가 넘는다. 칠레와 더불어 세계최고 수준이다. 대학교육으로 오면 훨씬 더 심각하다. GDP대비 2.4% 수준인 대학교육 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9.3%다. OECD평균치 30.9%의 2배가 훨씬 넘는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등도 매우 높지만 한국의 경우 칠레와 더불어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 또한 꾸준한 증가추세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는 아예 없거나 5%미만이다.

둘째, 사교육비 수준이 세계최고인데 비해 학자금융자, 지원금, 장학금등 대학생에 대한 국가의 공적 보조금(subsidies)수준은 어떤가. 정부교육예산에서 보조금 비율의 OECD평균이 21%인데 한국은 그에 못미치는 16%다. 한국과 더불어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높은 칠레조차도 이 비율이 51%에 달하고, 마찬가지 사교육비 비중이 높은 영국은 54%, 호주는 한국의 2배다. 일본 역시 학자금융자액이 우리의 4배수준이다.  

셋째, 한국은 사립대학 비중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본의 75%보다 높은 78%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의 33%보다 2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칠레의 43%와 비교해서도 거의 2배 가깝다.

넷째, 2007-08년 실질구매력(PPP)기준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국공립 4,717달러, 사립 8,519달러다. 이는 호주의 각각 4,035달러, 7,902달러, 일본의 4,432달러, 6,935달러보다도 높다. 이 수치를 영국의 평균 등록금 4,678달러와 비교할 때, 우리 국공립대학이 약간 더 비싸고 사립대학은 2배가 좀 안되게 비싸다. 또 미국의 국공립대 등록금 5,943달러와 비교할 때. 우리 국공립대가 약간 싸고 사립대학은 미국 국공립대보다 월등히 비싸다. 오직 미국 사립대학의 평균등록금 21, 979달러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다섯째, OECD 대졸자 평균취업율은 85%다.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스위스의 경우 9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 대졸자 취업율은 1997년 80.2%에서 2008년 77.1%로 하락했다. 한국의 대졸자 취업율은 가장 높은 사교육비 지출국인 칠레의 79.5%보다 낮고, 조사대상국중 가장 낮은 터어키의 74.6%보다 좀 높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아이슬랜드의 91%, 노르웨이 90.6%와 비교해 14%차이가 난다. 그리고 한국 대졸 남녀의 취업율 격차는  88.9% 대 60.7%로서 OECD국가 가운데 최악이다.

결국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적어도 OECD 국가등을 놓고 볼 때, 한국 대학의 사교육비 비중은 최고수준, 대학생 공적 지원은 최저수준, 등록금은 미국사립대를 제외하고 최고수준, 대졸자 취업율은 최저수준에 남여취업율 격차는 최고다. 물론 이 자료에 중국,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상당수 국가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자료만 놓고 본다면 한국의 대학교육의 실정은 참으로 참담지경이다. 우리 대학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가장 적은 국가지원을 받으며, 최악의 취업율을 기록한다는 말이다. 이는 단적으로 '정부실패'뿐만 아니라, '시장실패'의 한 전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다행히 여야 모두 반값 등록금, 혹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외치고 있다. 만일 이대로 된다면, 사교육비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융자금 지원이 확충될 것이다. 그러나 여야안대로 2조- 3조, 곧 정부예산의 약1%, GDP 0.2 - 0.3%가 당장 투입된다하더라도 세계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문제, OECD최저 수준의 공적 지원문제와 취업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단지 해결의 실마리만 제공될 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보편 복지'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택도 없다. 

'반값 등록금' 논란은 현재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구조개혁의 문제와 함께 제기되고 해결될 때 비로소 그 참된 의미가 살거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대략 3가지 방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대학의 80%가 사립인 조건에서, 반값 등록금 곧 사실상의 공적 자금의 투입은 필시 대학의 공공성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대학은 법률적으로 '비영리법인'이지만, 우리 사회환경에서 흔히 사유재산으로 간주된다. 자칫 혈세에서 나온 공적 자금이 비리, 악덕 사학의 배만 불리고, 건물증축, 부동산, 주식투자등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게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 공적 자금이 대학에 대한 국가의 부당하고 불필요한 간섭이 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시민사회등 단체와 개인의 대학운영 참여를 통한 대학의 공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둘째, 현재 한국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중 하나가 대학의 서열화 내지 '계급화'다. 한국 대학교육의 그 엄청난 고비용에도 불구, 대학은 사실 '사적' 의무교육이 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서열화와 이에 따른 학력차별은 과거 봉건사회의 '반상의 차별'이나 '계급 차별' 못지 않다. 또 학력이 현대판 주홍글씨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차별을 영구화하고 서열을 고착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일부 '특권적' 국공립대학마저 '법인화'를 통해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자신들에게 고정, 집중시키고자 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허약한 한국 대학의 공공성의 씨를 말리는 것에 다름아니다. 

셋째, 대학의 기업화다. 재벌에 의한 대학인수가 그 단적인 예고, 최근 중앙대의 '두산대화' 논란은 가장 최근의 사례다. 재벌의 대학인수는 대개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국적인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대학과 기업은 그 구성원리가 다르다. 전자가 진리추구라면, 후자는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한다. 진리가 가끔 돈벌이가 될 지 몰라도, 언제나 그럴 수 없는 까닭에 양자는 어쩔 수 없는 긴장관계에 놓인다. 하지만 대학이 기업의 이윤추구의 수단이 될 때, 그 본연적 기능에서 멀어 질 때, 비판정신이 말살되고 기초과학이 소멸되고 대학의 학원화는 불가피해진다. 한국의 대학이 자본논리에 포섭되고 각종 신자유주의 실험실이 될 때,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결국 그렇다. 등록금이 '반값'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우리의 대학교육 현실이 그만큼 절박해서이지, 그 무슨 정치적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대학의 공공성, 서열화, 기업화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또 해결되어 갈 때 '반값 등록금'의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것이라는 말이다.   

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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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성진 2011.06.08 1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판을 얻기위한 대학생들을 위하여 국민의 혈세로 반값등록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학을 반 이상으로 줄이고 정리된 대학들은 기술학교로 바꾸어 100% 취업보장 대우도 대학졸업생과 차별이 없게된다면 구태어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줄게 된다.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국비장학생을 대폭늘려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정책으로 바뀐다면 반값등록금이란 말이 나올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