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하나 사달이 났다. 개성공단이다.

‘2010년 1월’(!) 외교통상부에서 펴낸 《한미FTA 상세설명자료》53쪽 이하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한미FTA로 인해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과 동일한 특혜관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라 만들어질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에서 일정 기준하에 역외가공지역(OPZ)을 지정할 수 있는 별도 부속서를 채택”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기준, 근로기준등이 그 기준이다.

그런데 위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기준이 “부과된 것은 현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 또한 충족 가능한 과제”라고 한다. 왜냐 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북핵문제 해결과정이 진행중인 만큼 긍정적 전망 가능”하고, OPZ 지정은 “개성공단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위 자료는 “개성공단 외 다른 북한지역도 OPZ로 선정이 가능토록 하여, 남포 신의주등 제2, 제3의 남북경제특구 건설의 중요한 전기 마련”이라고 쓰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자료가 만들어진 것이 작년 2010년 1월이다.



정부의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가 발표된 2010년 5월 20일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에서 돌아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 정지윤 기자
 

개성공단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미FTA 협정문 어디에도 ‘개성공단’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2007년 4월 한미FTA 타결직후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나는 이를 두고 “전세계약서에 번지수를 기입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한 기억이 있다. 앞으로 개성공단의 미래 법적 지위가 극히 우려된다는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얼마 전 한미FTA와 관련된 좀 이상한(?) 책을 낸 바 있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여러 차례 “개성공단이 역외가공 방식으로 특혜관세를 부여받을 길을 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덕수 전국무총리이자 현 주미대사 역시 “개성공단에 대해선 한국기업이 역외가공지역에서 물건을 생산하면 무관세로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한 전총리는 한 술 더 떠 개성공단은 “헌법의 한반도 영토개념과 일치”하며 “북한에 (개성공단을 포함해) 10개 공단이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문제 등) 여건이 충족돼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되면 미국에 다 무관세로 간다”고 말 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FTA 미국측 협상대표인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이미 당시에도 “이번 협정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이 번 협정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은 없”음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 만들어진 어떤 제품도 미국으로 들어 올 수 없다”고 밝혔다.


섬유를 비롯 대부분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개성공단의 임금수준은 중국을 100이라 했을 때 53(2007년 기준)에 불과하다. 남한이 642라고 할 때, 주로 3D업종에 해당될 중소규모 사업자로 봐서는 임금 및 물류비용에 있어 상당한 이점이 있음은 당연하다.
특히 남북관계등 경제외적인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당시 참여정부는 개성공단에 전략적 가치를 부여했고, 이의 관철을 위해 다른 여러 부분에서의 대폭 양보도 불사했다. 심지어 개성공단을 지렛대로 해서 당시 여권내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견인할 구실로 삼기도 했고, 적잖은 정치인들이 개성공단 그것만으로도 한미FTA는 찬성할 수 있다고 까지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제 보자. 바로 며칠 전인 4월 18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특정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관련 의회지도부에 보내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한에서 그는 “국가 긴급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2008년 6월 26일자 행정명령 제 13466호와 2010년 8월 30일자 행정명령 제 13551호상의 조치에 대한 추가조치를” 통보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은 이렇다. “북한으로 부터의 재화, 서비스 그리고 기술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수입을 금지한다. 별도의 면제조치가 없는 한, 북한으로부터의 모든 수입은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09년 북한 핵실험 당시 부시 대통령이 발동한 행정명령 13466호는 북한관련 자산의 동결 유지, 미국인의 북한 선박 소유 및 보유, 운영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오바마가 발동한 명령 제13551호는 여기에다 직접, 간접적으로 무기 및 무기관련 물자의 수출입, 나아가 사치품, 돈세탁, 마약등을 추가하였다.
그렇게 본다면 4월 19일자 행정명령은 사실상 모든 “재화, 서비스, 기술”의 - 수출이 아니라 - 수입을 금지하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 수입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데 올 들어 북한의 대미 직접 수출액이 고작 9천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 번 행정명령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다. 즉 북한산 제품의 대미 ‘간접’ 수출, 이 때 대상이 되는 것은 오직 개성공단밖에 없다. 곧 개성공단 제품의 ‘자유무역’을 금지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행정명령에 대한 외통부의 입장은 참 뜬금없다. 외통부 대변인에 따르면 “미국의 새로운 행정명령은 ... 다른 제재법의 내용과 차이가 없다. ...다만, 이번에 미국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낸 배경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더 충실하게 확실하게 차질없이 이행해 나간다고 하는 내부적인 체제정비랄까 그런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다.”)

미국의 보수성향 씽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한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아래 표로 명쾌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혹 개성공단 제품이 수입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한미FTA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그 요지다.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허가없이, 직접적이건 제3국을 통해서건 북한산 제품은 수입되지 않을 것이다.

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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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통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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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수입제한은 개성공단제품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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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포함될 개성공단 및 그 외 북한산 제품의 비중은 미국법과 통관규정에 의해 엄격히 통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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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품에 대한 수입제한을 완화할 권한은 오직 미연방정부만이 가진다. 의회입법의 경우는 예외로 하되, 개성공단산 제품은 다른 모든 북한산 제품과 동등하게 취급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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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혹 정부측은 이렇게 설명할지 모른다. 발효후 구성될 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양 당사국이 모여 만장일치로 합의해서 지정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도 아니다. 한미FTA 협정문 ‘부속서 22-나 5항’에 따라 예컨대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양 당사국 정부은 이를 위한 ‘입법부의 승인(legislative approval)'을 구할 책임만을 진다. 한마디로 미 행정부가 동의한다고 미의회가 이를 승인해 주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의미다.
또 정부는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인 EU에 수출하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EU FTA의 경우 협정문 맨 뒤에 별도로 ‘원산지 의정서’가 붙어 있고, 그 ‘부속서4’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규정이다. 이 역시 ‘번지없는 전세계약서’다. 한미FTA와 마찬가지 그 어디에도 개성공단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발효가 되면 이후에 작업반수준의 전문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또 미국의회가 버티는데 유럽의회가 동의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허망하다.

실제 미의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개성공단에 대한 우려는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혐오만큼 깊다.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마찬가지다. 오바마의 행정명령은 그래서 이 우려에 답함으로써 한미FTA의 걸림돌하나를 걷어 낸 셈이다. 마치 지난 자동차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노조의 지지를 끌어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뭔가.
개성공단은 사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한미FTA의 핵심적인 국익에 해당된다. 또 그렇게 정부측은 말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사라지게 생겼다. 그런데 정부측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 말하지 않고, 당연 책임지지도 않는다. 개성공단으로 수출길이 열렸다고 말하던 그 누구도 말이다.

우리가 FTA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단지 번역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바로 내용이 틀렸기 때문이다.


Posted by 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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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2011.04.26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여간 대한민국을 위해 들어선 정권이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죄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짓거릴 해댔으니까요~